《어둠의 단어》
그는 오래된 도서관 지하에서 낡은 책 하나를 발견했다.
피가 말라붙은 표지엔 제목조차 없었다.
그 책엔 단 하나의 문장만이, 칼로 새기듯 적혀 있었다.
"네가 믿는 말은, 너를 지배한다."
처음엔 우습게 넘겼다. 하지만 그날 이후,
그의 마음속에 매일 하나씩,
이름 없는 속삭임이 자라났다.
"모두 널 속이고 있어."
"너가 없으면 세상은 더 나아질거야."
"너는 그림자다. 그렇게 살아."
그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.
말을 적을수록,
말을 믿을수록,
말이 그를 갉아먹었다.
그리고 어느 날,
그는 그 책에 자신의 문장을 한 줄 새겼다.
"나는 존재하지 않았다."
그 순간, 세상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
한 명도 남지 않았다.